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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주변의 작은 변화



지난 주인가 지지난 주 쯤 갑자기 엄마가 넌지시 이불정리를 하시겠다고 말을 하셨다.
그래서 그럼 지금 당장하자고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니 지금 말고 몇일 뒤 한가할 때 하자고 하신다.
알겠다고 했는데 말만 하고 정작 실천을 잘 안하신다는 것을 알기에 말만 한 번 뱉어보신 거겠거니 했다.

몇일 후 안 바빠 보이시길래 내가 도와주겠다고 옷장 정리하자고 했더니 몸이 힘들다고 안 한다고 하신다.
'역시, 말 뿐이시군.' 하고 몇 일이 지났는데 아침에 정말 이불 정리를 할거라고 하신다.

오... 드디어 정말?!
정말 우리는 이불 정리를 시작했다.
이불장에는 여러 이불이랑 베개가 꽉 차있고도 더해서

방에 겨울에 사용하고 빨래를 해놓았지만

넣지도 못하고 있었던 이불들 여러개들이 너저분히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았다.
심지어 대부분의 이불들은 압축패드에 압축되어 있었다..

압축패드에 있는 것들을 모두 뺀다면 그 수가 무척이나 많고 가지고 있는 모든 이불들은 절대 이불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4인 가구 치고 너무 많은 이불을 가지고 있다.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하나씩 꺼내보면서 버릴 것과 사용할 것을 분류했다.
내 눈엔 앞으로 분명 사용안할 것 같은 것이 많았다. 오래되서 변색되고 찢어지고 천이 헐어버린 이불들이 많았다.

날씨에 따라 용도가 중복되는 이불들이 여러개라 버려도 괜찮은 것 같은데 엄마는 좋은 소재여서, 좋은 솜이여서, 그 당시에는 비싼제품이여서, 시어머지가 주신 것이여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못 버리신다.
주 버림 대상은 엄청 오래된 솜이불들과 오래되서 찢어진 이불들이였다.
이불장에는 기본 10년이 넘은 오래된 이불들이 참 많았다.
그 중에는 20년이 넘은 이불들도 여러개 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시집오실 때 사온 것이라고 못버리겠다고 하셔서 결국엔 안 버리고 사용하기로 했다.
분명 적어도 5년 이상 사용한 적이 없고 꺼내진 걸 본 적도 없는 이불인데

엄마는 못해도 3년 전에 꺼내 쓴 적이 있다고 하신다.
뭐 아무리 오래 된 이불이여도 아직 쓸만 하고 정말 버릴 수 없는 이불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사용해가면 되는 것이니 그런 것들은 버릴 필요가 없다.

최근에 여름에 덮을 얇은 이불이 없다고 두 개를 구입하셨는데

작년에 구입한 여름용 이불 3장이 옷장에서 나온 건 함정..
'엇, 여름 이불 있었네??' 라고 말하셨던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이제 이불장에는 이 계절에 사용하지 않을 이불들은 압축하고

나머지 이불들을 차곡차곡 가지런히 정리하고도 이불장에 공간이 1/3정도 남게 되었다.

압축을 빼고 넣으면 뭐 역시 이불장에 다 들어가진 못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외로 엄마는 많은 이불들을 미련없이 처분하셨다.

그러고도 이 정도면 불필요한 이불들을 많이 비운 것이다.
엄마는 이불을 정리하시고 나서 홀가분하다고 하셨다.
물론 나도 홀가분 했다!
이제 방바닥에서 집을 잃어 방황하던 이불들은 모두 제자리를 잡았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나는 우리 엄마는 뭔가 추가하고 저장하시는 것은 무척 잘 하시지만

자발적으로 줄이는 것은 미션임파서블 일 거라 생각했는데 작은 변화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나에게만 일어나고 있던 변화가 이젠 주변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고 즐겁다.
느리고 작은 변화라도 아주 아주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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