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일상

나의 메이크업과 화장품 이야기



 막 20살이 되었을 때 예뻐지고 싶었다.
예뻐지기 위해서 화장을 잘하고 싶었고 피부도 고왔으면 싶었다.

 일명 비싼 백화점 화장품들만이 내 피부를 이쁘고 건강하고 하얗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것이라 믿었던 적이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생각을 해보니 비싼 것이 최고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브랜드 제품이 최고라고 말을 많이 들었고, 인터넷에 좋다는 글이 많았다. 무의식중에 광고에 현혹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사실 그런 브랜드들의 화장품을 쓰면 뭔가 있어(?) 보인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 브랜드들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현혹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제품을 소유하고 사용함으로써 나도 그 CF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델처럼 변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없는 돈을 만들어서라도 사서 써보고 싶었다. 색조화장품은 컬렉션 소식을 일일이 찾아보고 모든 색상을 다 갖고 싶어서 안달 나고, 하루라도 빨리 더 구매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대행 사이트도 돌아다녀 보고 그랬었다. 왠지 그 브랜드들의 그 제품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 마저도 있었다. 그 브랜드의 그 제품만이 나를 아름다움을 발현해주고 피부 트러블에서 구원해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화장품을 많이 바르는 것이 좋고, 특히 기초는 세트로 구매해서 써야 좋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참 많았다. 그래서 스킨-로션-에센스-크림-아이크림-수분팩 등을 세트로 라인별로 구입해 한번에 바를 때 5~7개를 연달아 발랐다. 역시 나도 그때 참 바르고 바르고 바르고 발랐다.

 어떤 모 백화점 브랜드 크림이 아주 베스트셀러이고 완전 좋다고 해서 써봤는데 참 이상하게도 그 제품을 쓰면 쓸수록 내 피부는 트러블이 나면서 안 좋아져갔다. 혹시 너무 많은 화장품들을 발라서 그런 걸까 싶기도 했는데 그 크림을 쓰기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그 크림을 중단하니 트러블이 사라졌다.

 비싸고 유명한 제품만이 최고라는 생각이 깨지던 순간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피부에 뭐 하나만 나도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럼 도대체 어떤 화장품을 써야 하는 건지, 몇 개를 써야 하는 건지,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고 읽어보고 스크랩해왔었다. 하지만 딱 뭐 이렇다 싶은 정답들이 없던 중 몇몇 분들이 전 성분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화장품 성분의 중요성이 아주 조금씩 대두되기 시작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성분 저 성분 정보를 나름 찾아보면서 나에게 맞는 성분들과 맞지 않는 성분들을 선별해 나갈 수 있었다. 성분 정보를 틈틈히 찾아보고, 생각을 해보고, 경험하면서 나만의 화장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과 방법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기준과 방법들은 아래와 같다.




화장품 최소화하기

  • 화장품을 많이 바르면 바를수록 좋은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간단한 것이 더 낫다.

  • 화장품은 세트로 구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

  • 비싸고 유명하다고 나에게 잘 맞고 좋은 것은 아니다. = 남에게 잘 맞고 좋다고 나에게 잘 맞고 좋은 것도 아니다.

  • 피부 트러블이 화장품으로 치료될 확률은 낮다고 본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니 트러블이 났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화장품으로 해결할 생각말고 피부과를 가서 치료를 받자.

  • 내 경우 피부 트러블은 그날의 호르몬 때문에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에게 맞는 화장품 성분과 맞지 않는 화장품 성분 알기

  • 내가 사용하면 피부 트러블이 나는 성분 알기: 정확히 어떤 성분이 그런 건지 알면 좋겠지만 정확히 모르겠으면 대략이라도 파악하면 화장품을 구입할 때 성분을 보고 안 맞는 것이 있으면 구매할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 내가 쓰면 피부 트러블이 나는 성분이 어떤 사람에겐 잘 맞고 좋은 성분이 될 수도 있다, 성분은 사람 by 사람이다.

  • 화해 같은 화장품 성분 분석 어플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아낌없이 퍽퍽 쓰는 제품들(특히 기초 제품)은 성분과 가격(가성비) 모두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하기

  •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들, 특히 기초 화장 제품들과 클렌징 제품은 한 번에 사용하는 양도 많을 뿐더러 다 사용하는 기간도 다른 화장품들에 비해 매우 짧아서 자주 구매하게 된다. 그런 제품들은 적당한 가격에 좋은 성분과 제 기능을 잘 하는 제품으로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클렌징 제품은 비싼 제품이나 저렴한 제품이나 피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고, 피부에 흡수되는 성분은 거의 없다고 보므로 굳이 비싼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클렌징 제품을 고를 때에는 되도록이면 색소나 향료, 눈에 좋지 않은 성분 등이 없고, 내가 사용했을 때 마무리감이 좋고 사용했을 때 좋은 제형의 제품이며 가격이 적당한 제품으로 고른다.

  • 예전엔 화장품 하나로 정착하면 안 되고 주기적으로 다른 제품과 돌려가며 써야 된다는 글들도 있었다. 그 이유가 기억은 안 나지만 꽤나 논리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직접 경험해본 결과론 맞는 제품 찾았으면 그냥 그 제품에 자리를 잡아도 된다. 시기 및 계절마다 피부가 크게 변하는 거 아닌 이상 꼭 주기적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계절에 따라 피부가 많이 변해버리면 다른 제형의 제품으로 바꿔 사용하거나 하나를 더 추가해서 건조함을 줄이거나 보습을 챙기면 된다.



나에게 맞는 화장품 제형 알기

  • 나는 젤제형이 아주 찰떡같이 잘 맞으나 오일류는 정말 쥐약이다.



화장품은 브랜드보다는 제품의 품질이 중요하다.

  • 00유명 백화점 메이크업 브랜드의 어떤 제품 제조사가 로드숍 00브랜드의 어떤 제품 제조사와 동일하다는 정보들이 꽤 있어서 제조사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근데 제조사 정보가 어떤 브랜드 제품에는 잘 안 나와있는 경우가 있어서 알기 힘든 경우가 꽤 있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십 개씩 나오는 제품들의 제조사들을 모두 알아보는 것이 사실 무리긴 하다. 사실 제조사가 동일하다고 해서 같은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품질이 비슷하다고는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요즘엔 고렴이, 저렴이라고 해서 오리지널 제품들의 카피캣(Copycat)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브랜드보다 가격을 더 중시한다면 고렴이와 저렴이 비교해주는 어플을 이용해서 제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 백화점 브랜드라고 해서 품질은 안 좋고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험해보니 색조 메이크업 같은 경우는 로드샵보다는 일명 백화점 브랜드 제품들을 더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확실히 품질이나 색상이 로드샵 제품들보다 뛰어난 경우를 많이 보았고 로드샵들은 백화점 브랜드 제품들을 카피해서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대부분 로드샵 제품들은 맘에 딱 드는 제품을 찾기 힘들었다. 더해서 퍼스널컬러를 생각한다면 확실히 로드샵보다는 백화점 브랜드가 나은데 그 이유는 로드샵 같은 경우는 단종이나 리뉴얼 되는 제품이 너무 많고 그 주기가 매우 짧은 편이나 백화점 브랜드 제품들은 제품이 생각외로 오랫동안 계속 팔리고 있기 때문에 내 퍼스널 컬러와 맞는 색상의 제품을 구입하고 또 재구매할 때 수월하다. 예전에는 여러 다양한 색상의 메이크업 제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퍼스널컬러에 대해서도 알기 전이라 나에게 맞는 메이크업 색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이것저것 많이 구입했었다. 그런데 그 중 정말 손이 가는 제품들은 소수 몇 개에 불과했다. 나는 관심은 많아도 골고루 사용하며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몇 십개 있던 메이크업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제품이 변질되어서, 손이 안가서 등등의 여러 이유로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것들이 많았다. 로드샵 제품 몇 개를 매우 잘 사용하고 있는데 다시 재구매 하려니 그 제품이 이미 단종이 되어서 구입하지 못해서 같거나 비슷한 색상의 제품이 리뉴얼 되거나 이름만 바꿔서 나오진 않았을까 싶어 찾아보고 고객센터에 문의해봐도 다시 구입할 수가 없어서 속상한 경우도 있었다.



화장품 구입할 때 제조일자 살펴보기

  • 구입하려는 제품의 제조일자를 살펴보고 되도록이면 오래전에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으로 구입하기

  • 구입하려는 제품이 매장의 강한 조명에 많이 노출된 것 같아 보인다면 서랍에 보관되어 있는 제품으로 달라고 요청하기 (강한 조명에 의해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화장품의 내용물이 변질 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조금씩 조금씩 내 방법들을 찾아나가다 보니 나의 화장품의 갯수들이 예전에 비해 참 많이 줄어졌다.

 화장품을 줄이고, 쓰는 제품들만 구입해서 쓰다 보니 세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전만 해도 세일한다 그러면 살게 없어도 매장마다 다 둘러보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충동구매하기도 하고, 1+1이란 소리에 혹해서 아직 다 쓰지도 않았는데도 세일하니까 쟁여놔야한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것까지 더해서 가지고 오기도 하고, 사은품에 혹해서, 금액을 맞추기 위해 역시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한 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에 사기도 했다. 세일 때 싸다고 막 쟁여두다 너무 오래 쟁여두어서 꺼내서 사용하려 보면 오래되서 쓰기가 왠지 찜찜했다.

 뭐 아직도 꾸준히 계속 쓰는 제품들은 배송비가 아까워서 여러 개 사서 쟁여두긴 한다. 쓰는 제품은 오프라인에서는 팔지 않는 제품이라서 인터넷으로만 살 수 있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무료배송비 기준에 한참 모자르다. 다른 쓰는 제품을 사려고 해도 그 제품에서 쓰는 제품이 몇 개 없고, 쓰는 제품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 그 제품만 사야 되는데 왠지 그 제품 하나만 사려니 배송비가 너무 아까울 때가 있다. 참 다행히도 그 제품은 항상 3개월 이내에 금방 사용하는 제품이고 부피를 크게 차지하는 제품이 아니라서 여러개를 넣고 무료배송으로 구입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지 아니면 배송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도 딱 필요한 갯수만 구입할지는 모르겠다.

 1년 전만 해도 세일할 때 안사면 호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일해서 파는 가격이 원래 그 상품의 가격 같았다. 그래서 정가를 주고 사자니 너무너무 돈이 아까운 거다. 정가 주고 사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고. 그래서 로드샵에서 파는 자주 쓰는 화장품은 세일하면 항상 몇 개 사서 쟁여뒀다. 세일 때 못 사면 다음 세일이 언제 올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에 쟁여뒀는데 다음 세일이 올 때까지도 전 세일에서 구입한 화장품들은 아직도 많이 쓰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참 자주 로드샵들이 세일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쟁여둘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만약 세일기간이 아닌데 로드샵 제품을 사야한다면 필요하다면 그냥 정가를 주고 사거나 그렇지 않으면 세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색조화장품 같은 경우는 2번 이상 쓰다 보면 금방 질리게 되거나 그 제품의 1~2% 부족함 점 때문에 다른 제품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몇 주 전 핸드크림을 다 써서 새로운 핸드크림을 사야 했다. 정확히는 그때 쓰던 게 거의 다 써가는데 그 핸드크림 제형이 좀 무겁고 쫀득쫀득해서 싫었다. 나는 향기 좋은 가벼운 제형의 핸드크림을 좋아해서 어서 다 쓰고 좋아하는 스타일로 빨리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화장품 매장을 들리게 되어서 들어가서 맘에 드는 핸드크림을 고르고 살까 했는데 이상하게 참 이상하게도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이다. 그냥 사면되는데.. 왜 사기가 싫을까? 생각해보니 아직 거의 다 써가는 그 핸드크림을 다 쓰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다른 걸 사고 싶지 않았다. 지금 쓰는 것을 다 쓰고 난 뒤에 사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는 세일 때가 아니었다. 왠지 다 쓰고 구입하러 오면 세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마음 속으로 이거 나중에 사야겠다 생각만 해놓고 나왔다. 그리고 정말 그 다 써가는 핸드크림을 다 쓰고 난 뒤에 그 핸드크림을 구입하러 갔는데 세일인 줄 몰랐는데 마침 세일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필요한 것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사다니 완전 Lucky!


 세일 때 사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나에게 세일의 함정은 싸다는 느낌 때문에 전혀 필요하지도 않은 다른 것들을 충동구매하고, 여러개를 쟁여둘 필요가 크게 없음에도 싸다는 이유로 열심히 쟁여두고 썩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맨날 '아, 돈 별로 쓴 데도 없는 것 같은데 다 어디로 갔어.' 하면서 투덜투덜 대는데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세일의 함정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충동구매했어도 그 제품을 참 잘 썼으면 좋았을 텐데 잘 쓰지도 않는다. 몇 번 쓰다 방치하고 후에 다시 써보자니 찜찜해서 버리게 된다. 나는 다행히도 그때 그 핸드크림만 샀다. 딱 필요한 지출만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화장품을 크게 충동구매하지 않게 되었고 불필요한 지출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것은 참 나에겐 중요한 좋은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