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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비우기 - 잡담과 과거 기록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게 이렇게 귀찮고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내가 참 잘 안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참 뭐랄까.
처음 의도와 마음과는 참 너무나도 다르군.
그냥 인정한다.
나는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귀찮고, 내가 아는 사람이든 내가 모르는 사람이든

내 잡담과 내 보잘 것 없는 글솜씨를 공개하는 것이 부끄럽고..

그리 익숙한 경험은 아니여서 그런건지 쉽게 포스팅을 잘 못하겠다.
내 공개일기장인 블로그에 이렇게 가끔이라도 이런저런 얘기나 쓰는 것만해도 어디냐 싶다.

블로그 열심히 하시는 분들, 특히 자유여행관련 정보 포스팅하는 분들 너무 너무 대단하신 것 같다.
내가 이번에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너무나도 대단하신 분들이다.
나도 그런 좋은 정보들을 포스팅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데 생각만 하고 있네.
왜 행동을 못하는 것이야!

아무튼! 그래도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들을 틈틈히 계속 해오고 있다.

7월에는 전에도 크게 한 번 비우고 정리했지만
서랍에 약 2년간 쓰이지 않고 잠자고 있던 구형 핸드폰과 충전기 그리고 각종 선들을 정리했다.
오래 된 것들이라 현재 가지고 있는 폰에 맞지도 않고, 정체모를 선들인데
왜 못버리고 있었냐면 가족들이 그 때 버리지 말랬다.. 그래서 못 버리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버리지 말랜다. 그래서 안 버렸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틈타 정말 버려버렸다.
시간이 지나고 정리를 하려고 물어보면 이제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며 버리라고 하신다..

유통기한 지난 약도 버렸다.
약만 모아놓은 서랍을 모두 비우고 하나하나 살펴가며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버렸다.
그리고 후시딘 같은건 옆구리가 터져 케이스 바닥이 아주 끈적끈적했다.
약은 몰래 버렸다. 전에 버리는 걸 보고 난리가 났었기 때문이다.
아직 쓸만한 데 왜 버리느냐, 이건 아직 뜯어서 쓰지도 않은 새건데 왜 버리냐.
알약인데 유통기한이 너무 지나서 다시 먹기가 찝찝하다.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알약이 효능이 과연 남아있을가 약효가 남아있을까 싶다.
그리고 제대로 관리를 안해서 상태가 장난 아니였다.
가족들은 버리지 말라면서 쓰지를 않고, 새거를 또 사신다. 그래서 몰래 버렸다.
몇 년 전에는 2~3년 지난 비타민도 미국에서 친척이 직접 구해준거라고 먹지도 않으시면서 가지고만 있으셨다.
언젠가 먹을 것이라고 그렇게 지난거 먹어도 안 죽는다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해당 회사에 문의해서 정말 먹어도 되는건지 확인받았는데 역시나 안 된다네?
그래서 먹으면 안된다는 거 잘 알려드리니 바로 수긍하시길래 얄짤없이 (몰래 눈에 안보이게) 버렸다.
눈앞에서 버리면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것이라도 아주 몹시 아까워 하시기 때문이다..
또 웃긴건 막상 버리고 나면 정말 있었는지도 몰라하신다는 것..
마치 언제 있었냐는듯, 그런게 있었냐는듯.
그래서 정말이지 몰래 버려야 한다.

지금도 전에 중국여행 다녀오셔서 사온 환약같은 거 한 상자가 있는데 안 드신다.
어떤때 이걸 먹으면 뭐 그렇게 효과가 좋다고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말하셨는데,
막상 그 말하는 아픈 어떤때가 오면 병원에가서 약을 받아오신다.
그리고 역시 절대 그 환약은 먹지도 않고 꺼내지도 않으신다.
물론 이 것도 유통기한이 지났다.
버려야 되는 데 지금 기회만 노리고 있다. 먹지도 않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을 굳이 자리차지하며 게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거 유통기한 지났다고 말을 해놨긴했다.
다음부터 여행가면 이런 건 절대 안 사는 걸로 하였다.
그리고 후에 얘기하고 버렸다.

왜 유통기한이 그렇게 지난 것들을 아까워 하시면서도 쓰지도 않고 묵히기만 하는 것인가.
이해가 안된다. 그런 것들을 버리지도 않고 서랍에 박혀두시기만 하신다.
유통기한이 없는 거면 몰라.
자꾸 쓸데없는 공간들을 차지하고 집이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공간이 모자르시다면서..
서랍을 또 사시고.. 창고를 또 지어야 한다고 하신다.
내 눈에는 많은 것들이 불필요해 보이지만, 타인에겐 아닐 수 있으므로 내 것이 아니니 그려러니 해야지 하지만

이렇게 유통기한이 훨씬 지났는데도 못 버리는 것들은 내가 솔선수범으로 챙겨보고 버리는 것이 낫다.
그래도 공공 물품에 대해서는 얘기하면 비우기를 수락해주시니 가족을 위해서도 집 환경을 위해서도 다행이다.

몇 주전에는 욕실도 비우고 정리했다.
나는 쓰는 물건들이 하나씩만 정해져 있는데,
엄마는 이 샴푸 썼다, 저 샴푸 썼다, 이 린스 썼다, 저 린스 썼다, 이제는 린스 안 쓰고 헤어에센스만 썼다.. 그러셔서 욕실 한 구석에 이 샴푸 저 샴푸 먼지만 쌓여있고 물때가 껴있었다. 손대기도 싫고 쓰기도 싫고, 그런 걸로 물론 욕실 바닥이나 변기 청소하는 데 쓰면 좋은데 이미 청소용을 쓰고 있는 것이 있다.
그리고 이미 앞으로 쓸 선물받은 샴푸, 린스, 바디워시가 너무 많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지났고 물때가 너무 껴서 손대기도 싫은 제품들을 얄짤없이 버렸다.
구석에서 여행갔다 목욕탕 가기위해 일회용 통에 담아놓은 샴푸들도 꽤 있었다.
역시 이것들도 먼지가 장난아니였고 물때가.. 으웩.. 역시 처리해버렸다.
잘 닦지 않아 역시 물때가 덕지덕지 낀 욕실바구니들이 이리저리 겹쳐있어 더럽고 정신이 없었다.
다 싹 세척하고도 심하다 싶은건 밖에다 내다 버렸더니 아니 이걸 왜 버리느냐 다시 들여다 놓으라 하셨지만 이미 많다. 이거 버려도 된다 절대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라 아까우면 다른 용도로 쓰시라 절대 안으로 들여놓으지말라 강경하게 했더니, 밖에서 쓰시겠다더니 결국엔 버리셨다.. 하하하...
청소는 정말 깔끔하게 잘하시는데 정말 청소왕이신데 왜 이리 정신없이 이거 썼다 저거 썼다 안 썼다 그래서 썩히시는 지 그런 점이 아쉽다.
그래도 그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우리 집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 관리해주시고 계셔서 참 감사하다. 엄마한테 배우는 점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버리고 치워야 될 건 싹 치웁시다!
이제는 아래에 비누하나에 샴푸하나만 두고 쓰고 있는데 잘 지켜지고 있다.
욕실이 전보다 깔끔해졌고 깨끗해졌고, 딱 필요한 것만 두고 쓰니 좋다.

가족들도 나와 똑같이 느낀다. 욕실이 깨끗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소유의 물건만 먼저 비우고 타인의 물건은 건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공동으로 쓰는 물건들 특히 약, 영양제, 더 이상 안쓰고 모아두기만 한 정체모를 선이나 휴대폰 악세사리 등 누군가 정리하지 않는 물건들은 내가 알아서 정리하고 처리하는 게 낫다.
특히 아까워하며 잘 비우지 못하고 저장만 잘하는 가족구성원들과 함께 있다면 말이다.
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서, 쓸데없는 차지하는 불필요한 것들을 비우고 그 곳에 정말 필요한 물건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말이다.
역시 아직도 불필요한 물건은 너무 많다.


가끔 이렇게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정리하고 비우는 게 스트레스일 때도 있고,

나는 나름 가족을 위해서 신경을 쓰고 있는데 왜 그러시나 싶기도 하지만

그냥 계속 오랫동안 하다보면 내 마음을 이해하시는 날이 오시지 않을가 싶다.


2016년 10월 19일에 작성했던 글이다.

2017년이 된 후 가족들은 조금 변했다. 특히 엄마가 많이 변하셨다. 내가 유통기한이 지나고 불필요한 것들, 정체모르는 안 쓰는 것들을 비우겠다고 하면 흔쾌히 허락해주신다. 가끔 어딘가를 보면서 '저기 정신이 없다. 한번 정리해서 비워야겠다.'고 말하시기도 한다.